프레게의 ‘뜻’ 존재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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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게의 ‘뜻’ 존재 증명
  • 구호정
  • 승인 2019.03.2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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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물을 어떻게 지칭하는가? 언어와 사물은 어떻게 연결돼 있는가? 이는 현대 언어 철학이 규명하고자 하는 고전적 물음이자 수십 년 전 독일의 수학자 고트로브 프레게(Gottlob Frege)가 답하고자 했던 질문이기도 하다.  
영미 분석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은 프레게를 언어철학의 개척자로서 명명하기도 했다. 그의 논의는 논리주의의 태동을 언명함과 다름없었고, 자연 언어에 수학적 진술을 도입한 시도는 논리 언어의 탄생을 가능케 했다. 언어철학은 현대의 형이상학이라 칭해질 만큼 세계의 실재에 대한 논의와 맞닿아 있다. 프레게 역시 언어의 의미와 그것이 가리키는 바, 그리고 당시까지는 실재라고 간주했던 대상 간의 관계에 관심을 가졌다. 그의 가설이 등장하기 이전까지는 의미는 곧 대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됐으며 이와 같은 명제는 사람들의 선(先)이론적 사고의 기틀 하에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프레게는 ‘동일성 퍼즐’을 제시하며 그러한 기존의 명제가 잘못됐음을 지적했다. 
1892년에 그가 발표한 「뜻과 지시체에 대하여」의 핵심 개념은 바로 뜻으로 번역된 ‘sense’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등장시키기에 앞서 프레게는 위에서 언급한 동일성 퍼즐에 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함을 주지시켰다. 여기서 오늘날까지도 인용되는 ‘샛별’(Phosphorous)과 ‘개밥바라기’(Hesperus)의 예시가 등장한다. 두 단어는 모두 금성을 이르는 말로 전자는 새벽녘에 보이는 금성을, 후자는 저녁 무렵에 보이는 금성을 가리킨다. 결과적으로 모두 같은 대상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그렇다면 ‘개밥바라기는 샛별이다’라는 문장과 ‘개밥바라기는 개밥바라기다’라는 문장의 차이는 없다고 봐야 할까. 프레게는 그 차이를 설명하는 일에 주력했고 그 나름의 방식대로 천착한 결과 탄생한 개념이 ‘sense’였다. 앞서 제시한 두 문장 중 후자는 동어 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만일 기존의 사고, 즉 의미는 곧 대상을 지칭한다는 생각을 기반 하여 판단한다면 첫 번째 문장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프레게가 도입한 ‘sense’는 대상과는 구별되는, 대상의 ‘제시 방식’과 관련된 개념이었다. 따라서 각 이름이 금성의 다른 제시 방식을 가리킴을 감안하면 첫 번째 문장은 칸트의 표현을 빌려, 두 번째 문장처럼 선험적이고 분석적인 것과 대조적으로 후험적이고 종합적인 명제, 즉 새로운 정보를 전달한다. 
이에 더 나아가 프레게는 ‘sense’가 인간의 관념과 따로 떨어져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개념임을 강조하며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객관성이 담보되고, 그렇기에 세대가 거듭해도 전달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그는 논의의 대상을 단칭 명사에 한정시키지 않고 문장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문장의 경우 대상은 진릿값이 되며, 뜻(sense)은 진리 조건이자 인류 보편의 사유에 해당한다. 문장의 지칭체를 진릿값으로 본 그의 견해는 다소 반직관적이지만 이로써 프레게는 보다 완성된 논의를 구축하고자 했다. 아직 회자하는 그의 업적을 보건대, 이후 러셀에 의해 그의 논의가 무너진다 해도 프레게가 언어 철학의 막을 열었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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