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길을 걷는 한 남자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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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길을 걷는 한 남자의 삶
  • 이승현
  • 승인 2019.04.02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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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너

존 윌리엄스/알에이치코리아/1만3,000원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는 영문학 교수 윌리엄 스토너의 청년기 이후 생애를 그린 장편 소설이다. 1965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 소설은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묻혔다가 출간 50년 만에 재발견돼 전 세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유명한 소설가 줄리언 반스는 이 소설을 ‘2013년 올해의 책’으로 뽑기도 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 스토너는 열아홉 살 때 농업을 공부하기 위해 미주리 대학 농과에 입학한다. 그러던 중, 교양수업으로 듣던 ‘영문학개론’ 강의에서 셰익스피어의 일흔네 번째 소네트를 우연히 접하게 되고, 그 이후로 그의 삶은 완전히 바뀌고 만다. 문학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영문학도의 길에 들어서기로 결심하게 된 것이다. 농부의 길을 포기한 그는 영문학과 대학원생으로 남기를 선택하고, 학문에 대한 사랑으로 동료들이 세계대전에 참전할 때에도 비난을 감수하고 학교에 남아 학업에 매진한다. 교수가 되고 난 후에도 학과장의 괴롭힘으로 풋내기 강사조차 마지못해 받아들일 강의 시간표를 배정받지만, 그럼에도 스토너는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할 뿐이다. 그 이후로 학과 내 정치 싸움, 불행한 결혼생활, 아이의 탄생, 단 한 번의 사랑과 이별 등을 겪으며 단조롭게 이어지던 그의 삶은 갑작스러운 병마로 막을 내린다.

스토너의 삶은 보통의 인생처럼 수많은 일이 일어나지만, 극적인 사건은 없는 고요한 이야기다. 평범해 보이는 이야기임에도 존 윌리엄스는 스토너의 삶을 조금 다르게 그려낸다. 특유의 집요하리만치 세밀한 서술로 이 특별할 것 없는 남자의 인생을 진실하고 강렬하게 묘사한다. 언뜻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는 스토너의 삶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그가 일생을 자신이 원하는 바에 따라 충실하게 살았다는 것이다. 스토너의 문학적 재능을 가장 먼저 알아본 그의 지도 교수 슬롯은, 스토너가 소네트를 읽고 느꼈던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관해 털어놓자 단호하게 말한다. “이건 사랑일세, 스토너 군. 자네는 사랑에 빠졌어” 슬롯의 말처럼 스토너는 사랑에 빠졌기에, 학문과 문학을 인생 그 자체로 여기며 산다. 자신의 원칙에 어긋나는 일은 용납하지 않고 삶의 일들을 묵묵히 견뎌낸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실패와 실수, 고독과 외로움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스토너는 인생을 회고하며 자신에게 이렇게 묻는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스토너는 자신이 우정을 원했지만, 우정을 완성하지도 못했고, 사랑을 하고자 했지만 결국 사랑을 포기했어야 했다고 여긴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의 삶에 의미를 부여해줬던 ‘문학’이 있었고, ‘문학’을 끝까지 추구했다는 것만으로 그의 삶은 가치가 있다는 것을, 존 윌리엄스는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이처럼 화려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지만, 담담히 스스로의 길을 담담히 걸어가는 한 남자의 삶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안긴다.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사람들을 사랑하고, 용서하며 살았던 스토너.『스토너』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우리는 과연 그렇게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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