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자, 어여쁜 학생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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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자, 어여쁜 학생들아
  • 박혜영 (‘미디어커뮤니케이션조사론’강의)
  • 승인 2019.04.15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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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나는 호기심이 많았다. 호기심만큼 꿈도 많았다. 아주 어렸을 적부터 개그맨이 되고 싶었다. 끼가 많아 연기를 잘하거나 노래를 잘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더불어 웃는 즐거움을 일찍 깨달았다. 개그맨의 꿈은 방송 관련 직업을 소망하게 했다. 나는 신문방송학과에 가고자 문과를 선택했다. 그리고 나서 겪게 된 첫 번째 비극은 좋아하던 물리 선생님과의 이별이었다. 물리 선생님이 좋아 과학을 좋아했을까, 과학을 좋아해서 물리 선생님을 좋아했을까의 전후 관계는 생각나지 않는다. 물리 선생님은 2학년 이과반 교실에 와서 나를 찾으셨다. 과학을 좋아하는 놈이 왜 문과에 갔대.


그렇게 나와 과학과의 인연은 끝이구나 싶었다. 대학에 와서 ‘매스미디어 연구방법론’을 수강하게 됐다. ‘사회과학’이란 말은 낯익은 단어였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사회과학의 의미를 알자 가슴이 뛰었다. 프랑스의 철학자 오귀스크 콩트(Auquste Comte)에 의해 1822년 사회학(sociologie)라는 말이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콩트님으로 인해 우리는 사회를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하나의 현상으로 이해하게 된 것이다. 콩트로 인해 과학적 접근 방법으로 지칭하는 실증주의(positivism)라는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꽁트(conte)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자 선택한 곳에서, 콩트(Comte)로 시작된 사회과학을 만나게 된 것이다.

사회과학의 뿌리는 사회학이라 할 수 있다. 초창기 커뮤니케이션이 학문으로서 줄기를 형성하기 이전 커뮤니케이션 관련 미디어 학문은 사회학자들에 의해 연구되었다. 미디어는 사회의 한 가지 현상으로 간주됐다. 사회학자들을 통해 미디어 연구가 시작됐고 미디어를 통한 개인 및 사회의 변화는 사회의 한 가지 현상이라 여겨졌다. 그런데, 21세기를 살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미디어 그리고 미디어로 인한 변화라는 것이 단순히 사회현상 중 하나로 이해되는 것이 맞을까. 헵(Hepp, 2018)은 미디어가 우리 삶의 곳곳에 침투돼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고 있으며 사회적 의미를 구체화시키는 것은 물론 사회를 구성하는 중심적 매커니즘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오늘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핸드폰 알람에 맞춰 눈을 뜨고, 내가 잠들어 있는 사이 차곡하게 쌓인 이메일과 소셜 미디어의 메시지를 열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모바일은 모든 일상에 침투돼 나의 생활을 자극한다. 모바일의 애플리케이션은 나를 반응하게 만들고, 나를 움직이게 하는 중심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오늘의 날씨를 체크해서 마스크를 챙기는 일도 나의 건강을 담당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의 푸쉬가 없었다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친구들, 가족들, 지인과의 모든 소통이 이제는 면대면 커뮤니케이션보다 플랫폼 공간에서 더 편하게 느껴진다. 날 때부터 디지털 원주민인 1990년대 생에게는 텍스팅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면대면, 전화보다 너무나 편할지 모른다. 그런데, 이러한 일상 곳곳에서의 미시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사회제도와 실천의 영역에서도 미디어는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는 2016, 2017 촛불의 힘을 기억하고 있다. 생전 처음 보는데도 촛불을 들고 밤공기를 맞았다는 사실에 타인이지만 뜻을 함께한 동지가 되었다. 파편화되어 있던 생각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결집하였고 그것은 다시 오프라인 공간에서 형상화되었다. 미디어의 힘이 장구한 인류 역사에 미치는 힘에 대해서는 이미 톰슨(Thompson, 1990)과 크로츠(Krotz, 2007)가 이야기한 바 있다. 톰슨은 미디어가 근대화 과정을 더욱 가속했으며 미디어에 의한 체계적인 문화 변동의 과정에 대해서 ‘문화의 미디어화(mediation of culture)’를 주장했다. 코로츠는 미디어화는 현재도 진행 중이며 점점 더 제도화되어감을 설명했다. ‘미디어화’를 말하는 학자들은 문화의 사회적 구성에 미디어가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미디어를 공부하고, 미디어에 관심을 가진 일인으로,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커뮤니케이션하는 가운데 어떠한 변화를 겪고 또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매일의 일상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고, 남들이 쓴 매일을 눈팅하면서 스냅 시간을 채우는 사람도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쌓은 관계를 통해, 감정을 소비하고 생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소셜미디어를 활용하지만, 소셜미디어에서의 ‘나’와 오프라인에서의 ‘나’를 구분하는 사람도 있다. 네크워크로 인해 가용 공간이 무한히 확장되었지만, 한편으론 내가 살고 있는 공간과 그 지역 안에서의 관계에 더욱 초점을 맞추는 트렌드도 나타난다. 미디어로 인한 일상의 변화는 더 이상 사회의 한 부분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재구성하는 힘과 지위를 획득했다. 미디어화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가속화되는 가운데 이제는 미디화가 다시 디지털 기술을 이끌고 있다. 미디어가 제도와 문화를 바꾸어 놓고 있는 것이다(Hjarvard, 2008).

미디어화를 이야기하고 정의내리는 학자들을 공부하면서, 최근의 미디어 조사방법론에 있어 많은 도전과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미디어를 통한 변화 양상은 커뮤니케이션의 속성상 다방향적이며 상호작용성을 지녀 이러한 속성들을 이해하여, 다양한 방법론이 더욱 가열차게, 그리고 도전적으로 시도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는 개인들의 심리적 변수를 측정하는 선형적 방식으로는 현재의 미디어 환경을 모두 담을 수 없을 것 같다. 미디어 환경에서의 상호작용은 ‘나’뿐만 아니라 ‘우리’, 그리고 ‘환경’ 역시 바꾸어 놓는 힘이 있다. 또 한 번 가슴이 뛰는 시점이다. 호기심이 많았는데, 이과에 가지 못했다면, 지금이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되겠다.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 관련 지식공동체에 한 숟가락 보태줄 호기심이 있다면, 그렇다면 함께 가자. 어여쁜 학생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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