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 담은 12년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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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 담은 12년의 인생
  • 박주희
  • 승인 2019.04.1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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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 담은 12년의 인생

6살 소년이 대학에 들어가기까지의 성장과정을 12년 동안 따라가며 담아낸 영화가 있다. 제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영화 <보이후드>는 순간순간이 모여 어느새 어른이 된 아이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전달하며 관객들에게 잔잔한 공감과 감동을 안겨준다.
영화의 주인공 메이슨은 누나 사만다, 싱글맘인 올리비아와 함께 텍사스에 살고 있다. 올리비아는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여러 지역으로 이사를 다니고, 메이슨과 사만다는 친구들과 헤어져 낯선 도시에서 외로운 나날을 보낸다. 이후 엄마는 대학교수 빌과 재혼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빌은 가족에게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이에 엄마는 메이슨과 사만다를 데리고 다른 지역으로 도망치고, 새로운 곳에서 다시 자리를 잡아간다. 소년은 진지하게 연애를 해보기도 하고, 사진예술이라는 분야에 매진하기도 하면서 조금씩 어른이 된다. 그사이 사만다는 대학을 들어가고 올리비아는 군인인 세 번째 남편을 만나며, 메이슨의 친아버지도 재혼을 해 자식을 낳아 가정을 이룬다. 어느새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된 메이슨은 아버지와 함께 그동안 지내온 나날들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다. 대학에 입학하며 새로운 곳으로 떠난 메이슨은 친구들과 함께 하이킹을 떠나고, 언덕에 앉아 ‘지금 이 순간을 잡아라’ 라는 말과 ‘순간이 지금 우리를 붙잡는다’는 말을 하며 절경을 바라본다.
영화 <보이후드>를 보며 관객들은 서사 안에서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뿐 아니라 서사 바깥의 시간에도 집중하게 된다. 12년동안 동일한 출연진을 대상으로 매년 15분 분량을 찍은 영화의 촬영 방식은 마치 픽션과 메이킹 필름을 동시에 시청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소년 메이슨이 겪는 일련의 사건들과 그 당시 느끼는 심경은 차례대로 쌓여가고, 영화의 메시지는 성장해가는 메이슨의 외모와 표정 변화, 사소한 말투와 행동 하나에서까지 전해진다. 시간의 틈을 메워주는 유머, 사건의 중심에서 빗겨나 있는 카메라의 시선,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드러내는 음악 등의 요소들은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이 ‘시간의 흐름’ 그 자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이 주인공이 거치는 여러 가지 사건 중 그 어느 것도 영화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단조롭게 이야기가 진행되는 이유다. 중요한 것은 시간의 흐름이자 어딘가로 부단히 이동하고 그와 동시에 조금씩 성장하는 메이슨과 그의 가족의 역사인 것이다. 영화는 한 소년의 성장을 다루는 동시에 주변 인물 모두의 성장과정을 세세히 담아낸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작품에 공감하게 된다. 우리 모두가 메이슨이자 메이슨의 부모, 친구들이라는 것을 깨달음과 동시에 자신이 걸어온 지난 삶의 과정도 마치 한 편의 영화와 같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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