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손길, 마포대교에 깃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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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손길, 마포대교에 깃들다
  • 김용간
  • 승인 2019.04.15 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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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포대교 가운데 위치한 '한번만 더 동상'
▲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프로젝트

 자살, 나와는 무관할 것만 같았던 단어가 이따금 매섭게 뇌리에서 맴돈다. 닥쳐올 나날들에 더 이상 일말의 희망도 느끼지 못한 이들은 결국 마포대교를 기웃거린다. 지난 2018년 9월부터 금년 3월 초까지 그렇게 119 명이 마포대교를 방문했고, 투신을 시도했다. 서울시 교량안전과에서 집계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4년부터 2018년 8월까지 지난 5년간의 자살시도자는 2,255명으로 하루 평균 1.2명 꼴이다. 그중 마포대교는 864명 (38.4%)으로 2위인 한강대교(252명, 11.2%) 와도 큰 격차를 지닌 독보적 1위다. 이로 인해 ‘자살 명소’의 오명을 쓰기도 한 마포대교. 오명을 벗고 생명을 지키기 위해 마포대교에 는 어떤 대책들이 마련돼 있을까.

 4월 6일 토요일, 기자는 자살방지시설과 시스템을 자세히 확인해보기 위해 마포대교와 마포대교 인근의 여의도경찰서, 용강 지구대를 방문했다. 이슬비가 조금씩 내리는 오후의 마포대교는 비교적 한산했다. 다리 양옆으로는 난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난간은 성인 남성의 가슴까지 올라오는 높이였으며 그 위 안쪽으로 구부러진 추가 자살방지난간이 올라서 있었다. 매달리면 무게중심이 뒤로 쏠려 넘어가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난간의 철망 간격 또한 한 뼘 정도로 촘촘해 이를 통과하거나 넘기란 어려워 보였다. 실제 2016년 추가된 자살방지난간 은 높이 약 1m로 자살률을 26.3% 감소시켰다. 그러나 자살방지난간이 끝까지 이어지지 않고 다리 중간 급격히 낮아지기도 해 자칫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다리 끝부분은 마 음먹으면 충분히 아래 디딤돌을 딛고 뛰어 내릴 수 있는 수준이었다.

 난간을 넘으려고 시도하거나 위험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을 제지하기 위해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와 영등포 경찰서 여의도지구대는 다리를 종종 순찰한다. 마포에서 여의도 방향의 차도 옆 인도는 용강지구대에서, 여의도에서 마포 방향은 여의도지구대에서 맡는다. 용강지구대의 한범구 경위는 “순찰을 도는 시간이 정해져있지는 않다. 신고가 자주 들어오는 시기에는 20-30분에 한번씩 돌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한, 투신을 시도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우선 대화를 시 도해보기는 하지만 주로 시간을 끌기 위해 서다”라며 “금방 진정하고 난간에서 내려오시는 분도 있지만 격하게 반응하는 경우 신 체를 붙잡고 버티는 것이 우선”이라 말했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별도의 지침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순찰을 하며 생긴 요령이라고. 덧붙여 “추가난간을 설치했지만 철망을 끊고 통과하거나 여전히 난간을 넘는 사람들이 있다”며 시설 보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다리를 건너다보면 난간에 새겨진 위로의 한 마디를 전하는 문구들이 눈에 들어온다. 서울시와 삼성생명, 제일기획이 기획한 ‘생명의 다리’ 프로젝트다. 센서와 조명이 달려 있어 밤에는 행인들이 이동함에 따라 문구 뒤로 희미한 조명이 비춰온다. “많이 힘들었 구나”, “그냥 넌 너라서 아름다워” 등 힘이 되는 문구와 시민들의 응원낙서가 있는 반면 “자가용의 반대말은? 커용”이나 “고민같은거 젊었을 때 암것도 아니여”와 같이 맥락 에 따라 조금 의아함이 드는 문구들도 있었다. 이에 경기도자살예방센터 측은 “자살에는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며 비슷한 어려움을 겪어도 각자가 받아들이는 충격의 정도는 다르다”면서 “내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문구도 어떤이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으며 유머스러운 문구 또한 생각의 전환, 단순 감정 환기를 도울 수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자살을 언급하는 문구 외에도 다양한 문구가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자살방지대책 중 교량 시설뿐만 아니라 시스템의 허술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11월 27일 마포대교에서 투신한 대학생 최모(23세)씨는 수영하며 119에 구조를 요청했으나 119대원은 이를 “지금 강에서 수영하면서 통화하는거냐. 대단하다” 며 장난전화로 오인했다. 정확한 투신 위치 와 시점에 대한 파악 없이 허술한 대응으로 신고자의 목숨을 잃게 했다는 분석이다. 자살이라는 사회적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이를 전담하는 인력과 교육체계가 모두 부족 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경위는 “마포대교 내 설치물들은 자살 방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보다는 상징성이 더 강한 것 같다”면서 시설들이 다만 관광객들의 볼거리로 전락했음을 언급했다. 마포대교 가운데서 위로의 손길을 건네는 ‘한번만 더 동상’처럼 마포대교가 포기와 절 망에서 그치지 않는 위로의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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